

어떤 이는 축복 속의 울음으로 깨어나고
어떤 이는 슬픔 끝의 침묵으로 잠든다.
시작과 끝의 모양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평지(平地)에 던져진 몸들
발바닥에 박힌 흙을 털며
낮은 곳의 생(生)들은 허기를 삼키고
정수리에 닿은 하늘을 더듬으며
높은 곳의 생(生)들은 허무를 채운다
그들의 속도도, 머문 자리도 달랐으나
모두 같은 곳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시계가 멈추는 저녁
높낮이가 지워진 평평한 대지 위로
모든 그림자가 일제히 길어질 때
삶이 만든 기형(畸形)의 기울기는 끝나고
말 없는 거대한 균형이 시작된다
그제야 너와 나는 완벽하게, 같은 높이가 된다.
지은이 : 이평